메르헨360

3. 나의 메르헨, 스트라세와의 만남

MärchenTV 2021. 11. 4. 10:51

1) 메르헨과의 첫 번째 만남 : 2016년 여름, 가을

 

 ① 너무도 낯선 일상

 

  새로 시작한 강의가 스스로 너무 벅차게 느껴진다. <글로컬 문화콘텐츠의 이해>. 제목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이 어려운 주제를 어학이 전공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문화콘텐츠라는 주제는 아직 내게도 어려운 숙제이고, 글로컬이라는 개념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고 진행되었던 3주간의 수업은 예상했던 대로 강의 주제와 학생들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어수선한 새학기 첫 한달을 보내며 나는 여느 때처럼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동생이 독일인 매제와 결혼한 몇 해 전부터, 머리가 아프고 막막할 때면 무작정 독일로 떠나곤 한다. 더욱이 재작년에 태어난 귀여운 조카가 생각날 때면,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 그곳에 가곤 한다. 그렇게 몇해를 그저 독일에 새로 생긴 가족을 보기위해 다니다 보니, 이번엔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함께 연구실을 쓰고 있는 교수님께 살짝 독일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교수님, 저 학기말에 독일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어요, 뭐 시키실 것 없으세요?”

  “동생이 프랑크푸르트 살지? 이번 기회에 메르헨스트라세나 한번 다녀와~”

 

  메르헨스트라세? 아직 나의 독일 경험은 일천하기 짝이 없다.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님과 독일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종종 동생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시간들이 전부일 뿐이다. 그곳에서 내가 메르헨스트라세라는 곳을 찾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솔직히 메르헨스트라세를 알아서 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도대체 메르헨은 뭐고 또 스트라세는 또 뭐지?? 등등의 생각이 뇌리를 쉴 새 없이 스쳐갔다. 그렇게 나의 머릿속은 온갖 잡념들로 가득했고, 그사이 열성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메르헨스트라세에 관해서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 말씀을 흘려듣고 있었다.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속으로는 독일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얄팍한 생각들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솔직히 독일이 아직 나를 끌어당기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한편으론 이 머리 아픈 학기가 마무리 되고 나서, 뭔가 그럴 듯 한 명분으로 일상을 벗어나 독일로 여행을 떠나기에 또 이만한 주제도 없을 것 같은 예감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메르헨스트라세? 물론 현재로선 그곳이 어디이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조차 전혀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 공부해가며 독일의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고, 무엇보다 학기 초반부터 크게 길을 잃은 듯한 절망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뭔가 특별한 비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교수님이 프린트해주신 한 장의 독일 지도를 받아들고 표시해 주신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나우, 마부르크, 카셀, 브레멘... 빨간색으로 이어진 길 위에 제법 낯익은 도시들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메르헨스트라세의 경로를 살펴보며 알 듯 모를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메르헨스트라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조차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것이 나와 메르헨스트라세의 첫 만남이었다.

 

<메르헨스트라세 전도>

 

 ② 여행의 시작 : 두 권의 책을 만나다.

 

  독일행 일정은 정확히 내가 학기를 마치는 6월 말로 예정되어 있었다. 출발까지는 아직 세달 여의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새롭게 준비하기에는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다. 처음 교수님이 알려 주신 인터넷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메르헨스트라세 공식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알 듯 모를 듯 한 독일어와 영어만이 가득한 창에 삼십 여분 이상을 머무를 수가 없었고,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오래 몰두하기 힘들었다. 역시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독일과 메르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포털에 다시 한번 한글로 정보를 입력해 보았다. “독일, 메르헨, 메르헨스트라세”... 이렇게 검색을 하고 나니 한글로 된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그림 형제의 길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목차만 대충 확인하고는 구매 버튼을 눌러 버렸다. 받아 든 책은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라도 하듯 술술 넘어갔고, 하루 이틀 만에 독파해 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메르헨스트라세의 근간이 되는 그림 형제와 메르헨에 대한 기본 개념을 잡고선, 책 뒷면에 적힌 저자의 메일 주소로 편지를 썼다. 일종의 SOS 와 같았다고 할까? 그리고 나의 절박함이 통했는지 또 다시 일주일여가 지나고 답 메일이 왔다. 며칠 후 그를 만났고, 메르헨스트라세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개괄적인 프레임을 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너무도 반가운 우군을 만난 느낌도 들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만만치 않음 또한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림 형제의 길, 손관승 저>
<로마제국과 유럽의 탄생, 피터 히터 저>

 

  이렇게 내 머릿속에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유럽과 독일에 관한 조각의 퍼즐들을 맞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생각의 틀이 필요하였고, 이를 엮어낼 힘은 또 다른 한 권의 책을 통해 얻게 되었다. ‘로마제국과 유럽의 탄생이라는 책에서는 세계사 책 어디에선가 한번 쯤 봤을 법한 내용들이 굴비처럼 엮어지면서 정리되어 있었다. 분명히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 같기는 한데 이제는 내 기억 속에 별로 남아있지 않아 당황스럽기까지 한 것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별다른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핑계를 대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로마와 게르만에 대한 개념을 조금을 정리할 수 있었고, 참으로 희한하게도 이 두 단어를 중심에 두고 정리를 하다 보니 조금씩 독일과 유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후에 다양한 책과 자료를 통해 독일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내가 독일과 유럽에 대해 제법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단지 유럽과 독일이라는 단어가 나의 삶을 지배하지 못했었고, 이를 나의 일상과 연결시키는 깊은 고민을 만들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독일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딱딱한 나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익숙함과 새로움이 뒤섞이는 와중에 약간의 자신감과 생동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③ 메르헨의 수도, 카셀에 가다

 

  이렇게 자신감이 생길 즈음 나는 두 가지 일을 진행하였다. 첫째로 학생들에게 메르헨과 관련한 주제를 공유해 주고, 이번 학기 주요 과제인 나의 이야기발표에 맞춰 메르헨스트라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보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강의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발전될 프로젝트를 대비해보고 싶었다. 두 번째로는 그간 독일과 메르헨에 관해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카셀에 위치한 메르헨스트라세 협회(e.V)에 메일을 보내 연락을 시도하였다. 우선 메일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개를 하였고, 협회의 담당자에게 내가 가진 목적과 그네들을 만나 나누고 싶은 이런 저런 궁금한 내용을 담은 메일을 발송하였다. 담당자로부터 답변이 올까 하고 잠시 조바심이 들었으나, 조만간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의 메일을 서로 주고받은 끝에, 7월 초 독일 카셀을 방문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카셀은 인구 30만 내외의, 헤센의 유구한 문화적 전통을 간직한 독일 중부의 도시이며, 나름 고풍스런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200년 전 그림형제가 카셀공국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30여 년 동안 독일 메르헨을 수집했던 곳이며 지금도 640 km로 이어진 메르헨스트라세의 중심도시 역할을 하면서 메르헨의 수도를 자임하고 있는 곳이다. 이렇듯 이전에 전혀 모르던 사실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나의 일상에 새롭게 자리 잡은 메르헨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한학기를 정신없이 보냈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여행준비를 해 보는게 또 언제였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드디어 메르헨스트라세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비행기에 올라 장시간의 여행 끝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였고,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사는 동생네 집에서 열흘 정도를 보내며 시차도 적응하고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도 하였다. 그리고 협회와 약속한 날짜에 맞추어 카셀로 이동하는 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이동, ICE를 타고 다시 두어 시간을 달려 헤센 북쪽으로 향한다. 사실 동생이 독일에 온 이후 프랑크푸르트 이외의 독일 도시를 방문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 자체만으로 설렘 반 기대 반이다. 그렇게 카셀에 도착한 즉시 카셀 중앙역 앞에 위치한 메르헨스트라세 협회를 방문하였다. 두 시간 이상 협회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었는데,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한학기 동안 그려왔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추진해 가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 또한 짧은 시간 이들과의 만남을 위해 내용을 준비하면서도 비즈니스 제안의 내용을 반신반의했었고, 단번에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면식도 없는 나를, 조금은 허술한 내용으로 미팅을 요구했는데도, 50대 후반의 나이에 꽤나 관록이 있어 보이는 사무처장이 친절하게 세세한 내용들을 설명해 주는 모습에 또 다른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가졌던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길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지금 당장 내가 이들과 뭔가를 도모하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Mr. Schaefer, 메르헨스트라세 협회(e.V) 사무총장>
<협회 사무실에서 바라본 카셀역 광장>

  이렇게 협회 관계자와의 공식적인 비즈니스 미팅이 끝났고, 이제 너무도 기다리던 카셀 관광의 시간이다. 한국에서 어렵게 이런 저런 정보를 접하기는 했지만, 너무 산발적인 정보들이 들쭉날쭉 산재해 있어, 이들을 한축에 담기가 쉽지 않았고, 그 정도의 내용으로는 좀처럼 낯선 도시에 대한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어쨎든 부모님에게 받은 로컬 센스(?) 덕분에 어느 곳에 떨어뜨려 놓아도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잘 찾아다닌다는 자신감 하나로 이곳에 와 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테마인 메르헨스트라세는 60여 지자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이제 그 시작이다.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협회 관계자와의 미팅 마지막은 카셀 관광 안내를 받으며 마무리하였다.

 

<카셀 랜드마크 이미지>

-.메르헨스트라세 홈페이지 참조

 

  이번 여행의 테마는 뭐니 뭐니 해도 그림형제와 메르헨이다. 그리고 여행의 목적은 메르헨스트라세의 주요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그림 형제의 흔적을 찾아 보는 것이다. 나는 사실 독일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상당히 전투적이었다. ‘독일인들이 메르헨이라는 소프트 콘텐츠를 가지고, 얼마나 그럴싸하게 가공하여 어떠한 테마 로드를 만들어 놓았는지 한번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이번 여행을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취득한 자료조사와 책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마치 현장 검증을 하듯이 현지에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머릿속에 담아내는 작업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치열함과는 달리 카셀은, 너무도 오래되고 평안한 동화 속 장소처럼 그 자리에 있었고, 먼 곳에서 온 나를 그저 무심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마치 카셀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독일인들이 매일 사용하는 밥상 위에 수저 하나 얹어 놓은 것처럼, 카셀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카셀의 일부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오래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기기차 트렘이 시내 한 복판을 관통하고 있었고, 오래된 회색빛 돌계단 위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이 마냥 수다를 떨며 앉아 있었다. 도심 곳곳에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 또한 여전히 시청과 주요 관공서들의 업무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채 백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네들 인간의 모습만이 바뀌었을 뿐, 도시 전체가 몇 백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지켜져 왔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카셀에서의 첫날이 저물고 있었다.

 

<카셀시청>
<엘베강>
<현대미술관>
<카셀 왕궁 박물관>
<성 공원(schloss berg park)>
<카셀 도심 이미지 1>
<카셀 도심 이미지 2>
<카셀 도심 이미지 3>

 

  스스로 꽤나 고풍스러운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이튿날 다시 돌아 본 카셀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 같은 느낌으로 정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구도심과 신도심을 시원스럽게 가로지르는 엘베강, 그 강을 따라 구도심 입구부터 시작되는 왕궁터와 정원은 여유가 넘쳤다. 한적한 명소들을 보며 과연 이 도시의 시민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왕실 정원을 가로질러 시작되는 구도심에는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카셀의 일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도시 어느 곳 하나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구분됨 없이 함께 어울려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한 공간 안에서 오롯이 공존하는 것이다. 구 시가지를 서너 시간 돌아보고 나서야 드디어 구심 한켠에 자리잡은 그림형제 동상을 발견했다. 시내 중심가 한 편에서 만난 그림형제 동상은 카셀이라는 도시와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로부터 200여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림 형제가 저 편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림형제 동상>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림형제 동상 앞을 두리번거리다가, 본격적으로 그림형제를 만나기 위해 새롭게 단장했다는 그림형제 박물관(Grimmwelt)로 향했다. 도심 한복판 언덕 위에 새로 지은 박물관은 우리가 흔히 독일하면 떠올리게 되는 남산 밑 독일문화원 괴테인스티튜트처럼 모던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카셀의 새로운 건물들처럼, 양 옆의 오래된 건물들과 새 건물은 위화감 없이 함께 세워져 있었다. 새로운 건물이라고 해서 특유의 화려함과 세련됨으로 구분되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그저 나는 몇 년도에 이곳에 세워졌다.’는 식으로 조용히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곳의 새로움과 세련됨도 그저 시대상을 반영하는 편안함 정도로 내게 다가왔다. 오히려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접하게 된, ‘왜 독일이 21세기 디자인 강국인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던한 디스플레이만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림벨트 내부 이미지>

 

  그림형제 박물관에는 이들 형제와 관련한 수많은 기록들이 남아있다. 과연 독일인들은 이들 형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어떠한 인물로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림형제 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서 한참을 관람하고 난 후 다음과 같은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독일인들에게 있어 그림 형제의 존재는 독일어와 근대학문, 그리고 독일인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매개물처럼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작업이 독일인의 문화와 정서를 대변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 콘텐츠는 전체 섹션이 독일어 알파벳으로 구분되어 나뉘어져 있었고, 그 안쪽의 전시공간에는 17-18세기 전후의 독일의 인명사전부터 그림형제가 최초 독일 메르헨을 수집하던 시절의 기록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또한 그림형제의 일생과 그들이 남긴 업적들이 후대에 끼친 영향에 대해 알려주는 전시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물에 따르면 그림 형제의 업적은 당대로 그치지 않았다. 그 영향력은 20세기까지 이어지며 독일 근현대사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쳐왔다. 그리고 이는 그들이 그토록 애착을 가진 기록문화유산에서 시작하여 근대 독일어 사전의 완성으로 집대성되고 있었다. 전시물은 깔끔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모던한 독일식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적 디자인 구성이지만 과거의 기록유물들과 아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무엇보다 빛과 그림자만으로 첨단의 효과를 내는 독일식 전시 스타일이 꽤나 모던하고 신선하기까지 했다.

 

<음영으로 표현된 그림형제 일대기>

 

  이렇게 12일간의 짧은 카셀 여행이 끝났다. 메르헨스트라세 협회와의 만남, 너무도 고혹적인 도시 카셀 탐방, 그리고 한국에서 그리던 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찾아보기, 무척 덥기만 했던 그해 여름을 그 길 위에서 그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것 같고, 이걸 다시 머릿 속에서 하나로 정리하는 작업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막연했던 나의 메르헨에 대한 동경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남을 시작하는 이 길위에서 나와 메르헨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조만간 이곳을 다시금 찾게 될 것 같은 강렬한 설레임이 가슴 한켠에서 올라오면서, 벌써부터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다.

 

 ④ 2016년 가을, 가족 여행 : 알스펠트, 슈타이나우

 

  지난 여름 메르헨스트라세와의 첫 만남은, 내가 독일과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 주었다.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나 독일 내 새로운 도시를 방문해 보았고, 내가 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주고 받은 독일 사람들과 처음으로 그들의 업무공간에서 공식적인 이야기도 나눠 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을 대하는 나의 수동적인 태도가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드디어 내가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알아가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게 메르헨은 내가 독일과 독일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첫 번째 마중물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입구에서 처음 만난 카셀은 그 자체로 명불허전이었고, 한편으론 또 다른 만남을 위해 나에게 너무도 많은 숙제를 내주기도 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협회 사무국장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름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내가 메르헨의 참여 도시들을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일정을 잡기 시작하였고, 이번에는 가족 여행 컨셉으로 준비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메르헨은 가족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말이다. 그렇게 헤센 중부의 알스펠트와 슈타이나우 방문 계획을 만들었다.

  10월에 접어드니 독일은 꽤나 어둑어둑한 날들이 많아진다. 지난 여름 꽤나 뜨거웠던 하늘과 달리 우중충한 날씨들도, 아니 정확히는 어두운 날이 많아진 것 같다. 어쨎든 알스펠트로 향하는 날도 아침부터 꽤나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조카, 그리고 나. 한국 같으면 당연히 차 한 대로 움직여 가겠지만, 이제 나도 이곳에선 의례 기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을 당연스레 여기는 것 같다. 동생네 집에서 S-Bahn을 타고 프랑크푸르트 역으로 20여 분 이동하고, 이곳에서 헤센 지역 기차(Regional Bahn)를 타고 북서쪽으로 50여분을 올라 풀다(fulda)로 갔다. 그리고는 이곳에서 다시 한번 기차를 갈아타고 알스펠트로 향했다.

 

<알스펠트 역 & 중앙광장>

 

  알스펠트 역에서 시내까지는 또 다시 20여 분 이상을 또 걸어야 했다. 오늘은 비가 하루종일 오려는지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내가 메르헨을 다니고 나서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나선 여행길. 사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도시들은 독일에 살고 있는 동생조차 생소한 지역들이다. 사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한 중부의 이 작은 도시까지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즐거움과 설레임을 준다. 그곳이 나의 일상 공간이 아니어서 더 그러할 수 있다. 동생은 그렇게 다람쥐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한국에서 가족들이 올 때라고 말하면서 마냥 기뻐한다. 부모님은 이렇게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체 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고, 그래서인지 궂은 날씨 따위는 모두에게 크게 문제가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오늘 이곳은 예지가 좋아할 만한 메르헨하우스(Märchenhaus)를 방문하는 것이 목적이니, 아마도 이 녀석이 제일 기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알스펠트 인포메이션센터>

  시내에 도착하고 나서, 일단 나는 인포메이션센터로 향했다. 이곳에서 몇 가지 관광 관련 자료들을 짚어들고는 다운타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담한 동네이다. 안내 책자에 적힌 10여 곳을 방문하며 돌아보고 나니 40여 분 정도가 지난 것 같다. 특별히 눈에 띨 만한 내용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내 책자 어느 곳에 쓰여 있는 대로, 중세시대부터 교통의 요지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는 말이 머리에 남아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독일은, 독일 안쪽과 독일 바깥 쪽으로 구분이 되어 양 진영이 꽤나 다른 세상을 구축하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고, 그 경계선이 로마 시대에는 트리어, 마인츠 등이었고, 독일 남부 지역과 중부 헤센지역을 중심으로 독일이 번성하던 중세 시대에는 아마도 독일 안쪽 세상과 바깥 세상을 연결하는 구분 점들이 중북부 어디 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이들이 하룻밤 정도 묵어 갔을 법한 도시, 아마도 알스펠트도 그런 도시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잠시 하게 된다. 어쨎든 그간 한국에서 공부한 내용들이 제법 몸으로 체득되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이 들며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알스펠트 도심 이미지>

 

  이번 가족 여행의 첫 방문지로 알스펠트를 잡은 것은 메르헨하우스 때문이다. 사실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는 60여 개의 도시들이 그림형제나 독일 메르헨과 관련한 직접적인 테마를 균등하게 공유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독일의 도시들은 한국과는 달리 굉장히 작은 단위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는 도시들이 인구 1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중에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시리즈로 지역적인 배경을 가지게 된 몇몇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특정한 테마를 독립적으로 가지면서 도시마케팅을 진행하기는 더더욱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알스펠트가 메르헨하우스라는 인형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테마를 잡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라푼첼의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있는 메르헨 하우스의 건물 앞에 도착했다. 사실 라푼첼의 긴 머리카락이 아니었으면 건물을 찾느라 한참을 더 헤매였을 것 같다. 이 작은 도시 속, 대부분 전통적인 헤센 문양으로 장식한 4-5층 짜리 건물들 사이에서, 처음 이곳을 찾은 이방인이 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법하다. 어쨎든 눈에 익은 라푼첼의 긴 머리카락 덕분에 더 이상 비를 맞지 않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메르헨하우스 전경>

 

  메르헨하우스의 내부는 시작부터 너무도 정직’(?)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언제부터인지 내가 본 독일은 화려함과는 참으로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곳이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고지식함이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아니면 소탈함이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독일을 다니고 만나게 되는 모습들은 거의 모두가 타이틀과 그 안의 모습이 너무도 정직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었으며, 그 이상 또는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모습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함으로, 한편으론 자신감으로 비쳐 지고 있다. 어쨎든 메르헨하우스 내부에 들어서며 느낀 첫 인상 또한 그 느낌을 벗어나지 않았고, 위층으로 오르며 보이는 모습 또한, 어찌 보면 메르헨하우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메르헨하우스의 목적, 메르헨하우스의 배경, 알스펠트와 메르헨의 교차점, 그리고 중앙에 널찍하게 펼쳐진 강단은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토크 및 학습의 공간 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모든 걸 그렇게 분석해 보고 싶은 나와는 달리, 함께 한 예지는 그 안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보이는지, 여기저기를 신나게 돌아다니고, 한켠에 준비된 그림책에 무언가를 열심히 색을 칠하며 혼자 신나게 보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역시 이곳은 어른 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메르헨하우스 내부 이미지>

  4층에 전시된 독일 인형 교육의 역사관에 들어서니, 이들이 메르헨하우스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17-8세기 독일 가정에 어떤 인형들이 있었는지, 어떻게 이것들을 가지고 자녀들을 가르치고 놀아주고 했었는지에 관한 내용들이 즐비하게 전시된 공간을 둘러보며, 참으로 고단했을 법한 지난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부모들이 무엇을 했을지를 상상하며 메르헨과 인형, 그리고 가정의 의미 등을 잠시나마 생각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해 가며 남겨주고 싶은 소중한 것들, 아마도 이렇게 동서고금을 넘어 인류가 유사 이래 이어 온 애틋한 마음을 인지상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90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이곳에 살고 있는 당신들의 딸과 손녀를 보기 위해, 그리고 이곳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아들을 위해 기꺼이 함께 해주시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어쨎든 이렇게 1일 차 가족 여행은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알스펠트에서 돌아 온 후 일주일여의 시간을 또 다시 정신 없이 보냈다. 이제 독일은 몇박 몇일의 해외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깃발을 들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여행의 패턴을 벗어난지 오래이고, 이제 이곳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거주하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주중은 동생네 스케줄에 맞추느라 함께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말을 이용해 슈타이나우를 다녀오기로 했다.

 

<헤센 중남부 지도 & 메르헨스트라세 참가도시>

 

  슈타이나우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지역 기차를 타고 한번에 도착할 수 있어서인지, 이전의 알스펠트 보다는 이동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프랑크푸르트 동북쪽의 이 작은 도시는 그림형제가 유년기를 보낸 덕분에 관련한 스토리가 많이 있고, 무엇보다 이곳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마리오네트 극장과 메르헨 인형극은 특히 가족 단위 독일 방문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이래저래 한국에서부터 접한 다양한 정보들로 인해, 함께 한 부모님에게도 나름 자랑스레 설명을 하며 슈타이나우 역에 도착했다. 슈타이나우 또한 알스펠트처럼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으로 예전부터 꽤나 번성했던 도시였던 것 같다. 슈타이나우의 공식명칭인, ‘Steinau an der strasse (길 위의 슈타이나우)’ 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옛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며 독일 안과 밖을 들락거렸던 것 같다. 지금은 현대식 도로와 교통수단들이 빠르게 지나며, 그저 완행열차 정도의 지역기차와 일반국도 정도의 길이 지나는 작은 동네 수준이지만, 적어도 그림형제가 살았던 시대만 하더라도 꽤나 번잡하게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슈타이나우 이정표 & 도시전경>

  슈타이나우 관광지도를 따라 한바퀴 도는데 그저 30여분이면 충분했고, 알스펠트보다도 분명히 작은 동네였다. 물론 지금 내가 둘러보고 있는 이곳은 구도심(alt stadt)이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인근의 새로운 주거공간에 살고 있겠지만, 어쨎든 슈타이나우는 인구 1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 헤센주 동북쪽의 중소 도시이다. 그리고 이 작은 도시에 주말마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마리오네트 극장의 메르헨 인형극을 보기 위해, 그리고 인근의 그림형제 박물관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렇게 도심을 둘러보는 가족들은 작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400여년이 넘었다는 극장 앞 레스토랑을 찾으며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 뭐 특별해 보일 것 까지도 없어 보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속에 나의 가족들 또한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며 평온함을 느끼는 듯 보인다. 그렇게 그들은 오래된 식당에서 슈니첼을 먹고, 1유로짜리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나눠먹고는, 어려서부터 수백번은 더 들었을 것 같은 동화의 내용들을 자신의 아이들과 인형극으로 함께 하면서 조금은 지루할 법도 한 평범한 주말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들의 부모가 그랬고, 지금 함께하는 이 아이들이 커서 또 다시 아이들이 생겨도 이런 일상들이 계속 반복될 것 같은 안정감과 평온함이 있다. 한편으론 세계최대의 기술 강국 독일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동화 속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슬쩍 미소짓게 하기도 하지만, 무던히 자신의 일상을 지키는 모습이 또 독일스럽기도 하다.

 

<슈타이나우 성 & 광장 분수대>
<마리오네트 극장 & 내부이미지>

 

  사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이지만, 독일의 가정 및 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보낸다는 것이 만만치 만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지역방송국과 학교들이 연합해서 필수교육의 형태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강제적인 내용들은 아니지만, 어쨎든 이들은 오랫동안 메르헨을 활용하는 아이들 교육에 꽤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고, 또한 이러한 교육을 정규 교과 프로그램 및 시스템 안에서 활성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독일식 교육의 철학을 조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지독스럽고 유도리 없는 학습의 분위기가 조금은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적어도 이들은 역사문화를 일상 속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부럽기까지 하다. 어쨎든 예지와 함께 점심도 먹고, 인형극도 보고, 마지막으로 박물관에 들러 조금은 다채로운 내용을 전시하고 있는 모습에 넉넉한 오후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올해 메르헨과의 첫 만남을 정리하고, 이를 발표하는 시간과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은 설레이고, 조금은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자체가 그저 뿌듯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 메르헨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가족이라는 사실 또한 새롭게 새기게 되었다.

 

<슈타이나우 그림형제의 집(박물관)>